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애니메이션의 작화를 얘기하자 - 이노우에 토시유키 (4)
    WEB아니메스타일 2015. 1. 20. 14:20

    animator interview

    이노우에 토시유키 (4)


    오구로 여기서, 풀 3코마라는 말을 좀 더,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싶은데요, 3코마의 움직임을, 나카와리(중간나누기) 없이, 전부 원화로 그린다는 말이죠. 그렇게 하면 나카와리가 있는 2코마보다도, 1초당의 원화 매수는 많아져요.


    이노우에 그렇지. 움직임의 밀도라는 점에서 말하자면, 아마 최고의 방법일 거야. 2코마 나카와리 없음, 이라는 건, 움직임을 컨트롤하기도 어렵고, 그걸로 그릴 수 있는 움직임은 풀 3코마와 그렇게 차이가 없어. 1코마 풀이라는 것도 원리적으로는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실제로 하게 된다면 자기 원화를 자기가 나눌 뿐인 작업이 되어버리니까, 의미가 없고, 애초에 그렇게 많이 그릴 수도 없고,  스케줄도 없지. 그러니까 3코마씩 전부 그림을 컨트롤하면, 웬만해서는 그리고 싶은 움직임을 모두 그릴 수 있는 거야.


    오구로 적어도, 현재 이미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서는, 풀 3코마가 있다는 얘기군요.


    이노우에 응~ 그렇겠지. 그 전에 일단, 머릿속에서 그리고 싶은 움직임의 이미지가 있어야 돼. 이미지가 없는데 무작정 한다 해도, 자기가 자기 원화를 나누는 작업이 될 뿐이니까. 그런 의미로서 이소군은, 원화의 발상이랄까, 움직임의 발상이라는 점에서 혁명이었지. 뭐, 그를 잇는 사람이 나온 건 아니지만.


    오구로 그래도, 풀 3코마라는 수법은 극단적이긴 해도, 되도록 전부 원화로 그려버리고 쓸데없는 나카와리는 필요없다, 라는 발상은, 지금 추구해야할 리얼한 작화의 하나의 방향성이 되어가고 있지 않나요?


    이노우에 그렇지. 나카와리로 이상한 그림이 나오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로도, 되도록 원화로 그리게 되기는 했지.


    오구로 즉, 그림이나 움직임의 애매함을 버려버리고, 이미지한 움직임 그 자체를 그리고 싶다, 라는 거죠.


    이노우에 그러고 싶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 공력에 필적하는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대전제이지만. 원화를 잔뜩 그리는 건 힘든 일이니까, 그걸 유지할 수 있는 데생력이라든가, 화력(画力)이라든가, 여러가지가 필요하게 될텐데, 일단은 이미지가 중요하지.


    오구로 한 편으로는, 과거엔 리얼한 연기나 잘 움직이는 아니메를 추구할 때는, 나카와리를 많이 넣으면 된다, 라는 발상도 있었죠.


    이노우에 있었고, 지금도 있잖아.


    오구로 그러니 지금 말하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닌 새로운 방법론으로서, 원화를 많이 그리고, 필요 없는 나카와리를 줄인다. 그렇게 해서 움직임이나 형태를 정밀하게 하자, 라는 방법론이 나왔다, 라는 거죠.


    이노우에 그렇지.


    오구로 그 루트 중 하나가 이노우에씨 아닌가요?


    이노우에 그런가. 그건 아니지 않아?


    오구로 물론, 그 전에도 나카무라씨의 작업 같은 게 있긴 했지만요.


    이노우에 아아, 맞아. 물론, 우리는 그런 걸 추구해서 의식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나카무라씨나, 우리들이 없었다면, 이소군의 작업이라는 건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 그림이 이 정도 리얼하면, 움직임도 이 정도 리얼하다면... 이라는 발상이, 이소군을 탄생시킨 걸 테니까. 예를 들면, 이나노씨의 그림은 훌륭하지만, 그 그림으로 움직이는 걸 이미지했을 때, 이소군의 수법에 도달했다, 라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오구로 이소씨의 등장으로, 리얼한 작화의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해도 좋을까요?


    이노우에 글쎄. 많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충격은 주었을지 몰라도, 그걸로 갑자기 아니메 전체가 바뀌는 건 아니거든. 무엇보다 이소군이 시작한 방식은, 자기 머릿속에 이미지가 없으면 모방조차 불가능하니까.


    오구로 아아, 그 정도로 혁명적이었다는 거군요.


    이노우에 그러니까 당분간은 따라하는 사람조차 나오지 않았어. 나도 「그런 표현 방법이 있는 건가」라는 충격은 받았지만. 아마, 재능이 있는 사람은 답답해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답답해하기는 커녕「호호오」하고 방관할 수밖에 없었지(웃음).

    아마, 그렇게 답답해한 결과가 점점 나오기 시작한 것이, 오오츠카 신지씨의 「추억은 방울방울」의 작업 같은 거겠지.[각주:1] 이건 오오츠카씨에게 직접 확인한 건 아니지만, 『추억은~』같은, 생생한, 사실적인 연기를 그리려고 한 발상은, 이소군의 영향 없이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생각해.


    오구로 오오츠카씨가 『추억은~』에서 담당하신 건 어느 장면인가요?


    이노우에 역에서 배웅하는 신이야. 거기서부터, 하시모토 신지군이나 오오히라 신야군도, 『추억은~』을 하면서, 「골동품상」을 병행해서 했엇으니까, 확실히 그 시절부터 바뀌기 시작했어.[각주:2] 오오히라군은, 그 전까지는 「인간의 연기를 그리고 싶다」라는 남자가 아니었어. 그러던 것이 인간의 연기를 그리려고 마음이 바뀐 건, 이소군의 영향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인간의 움직임─일상 몸짓조차도 그릴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이소군의 작화를 보지 않았다면, 우리들의 세대나, 그에 가까운 세대의 애니메이터들은 깨닫지도 못했을 거야.


    오구로 구체적으로는 뭐가 바뀐 건가요? 「나카와리를 늘리면 잘 움직인다」같은 사상이라는 건, 이제는 옛말이죠. 10년도 더 된 옛말.


    이노우에 그렇지. 지금은,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나카와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방향이 되어가고 있는 거 같은데. 인간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에, 나카와리가 존재할 리가 없다, 라는 식으로(웃음).


    오구로 그렇군요. 디즈니에 가까워졌는지, 멀어졌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이노우에 응~, 그래도 디즤니의 원점에는 가까워진 거 아닐까.


    오구로 아, 그런가요?


    이노우에 디즈니 작품이라는 건, 특히 옛날 작품은, 3코마로 재현하려고 하면, 아마 거의 원화로 그려야 될 것 같은 움직임을 역시 그리고 있는 거야. 원래, 인간은 나카와리를 넣는 것만으로는 재현할 수 없는 움직임을 하고 있지. 그 사실을, 이소군의 작화를 본 순간 다들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구로 이노우에씨도 당연히 깨달으신 거군요.


    이노우에 응. 그리고 그런 움직임을 내 자신이 이미지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어. 그게 안타까운 부분이지. 물론,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그런 이상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을 맨 처음 시작한 사람도, 인간의 움직임을 그리려고 했던 거니까, 지금과 가까운 방식으로 그렸을 테지만,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독특한 「아니메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게 된 거겠지. 그렇게 점점 잘라내진 부분을, 다시 한 번 원점으로 되돌리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는, 원래대로 되돌아왔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오구로 즉, 원래 애니메이션이라는 건, 인간이 본 것에 가까운 연기를 그대로 그려야하는 거지만, 그 사이에 아니메적인 움직이라는 게 생겨버렸다.


    이노우에 그렇지. 그 형상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예를 들면, 디즈니의 확장압축 같은 표현도, 발명했을 때는 의미가 있었을 테지. 그게 최근에 와서는 기호로서 사용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오구로 그렇군요. 여기서 확실히 해놓자면, 이노우에씨가 부작화감독으로서 참가한 『인랑』은, 3코마가 기본이 되어있지만, 그건 리미티드 아니메는 아닌 거죠?


    이노우에 응. 리미티드 아니메는 아니야. 물론, 경제적인 사정이 있어서 리미티드로 한 부분도 있지만. 머릿 속의 이미지대로 그리려고 하면 절대로 안 끝나니까, 어느 정도 타협해서 그리는 부분도 있지만.


    오구로 그래도, 필요한 연기는 제대로 그리고 있어요.


    이노우에 이상으로선 제대로 그리려고 하고 있지. 전부 그려냈는지 어쨌는지는 별개로 치고. 전부 그리지 못한 부분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오구로 그래도, 사상으로서는 「풀 애니메이션」이죠.


    이노우에 물론이지. 이미지한 것을 충실히 재현하고 싶다고, 스탭 전원이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오구로 여기서, 독자를 위해서도 한 번 더 확실히 단언하고 싶은데요, 1코마나 2코마니까 풀 애니메이션, 3코마니까 리미티드라는 정의는 「없다」는 거죠?


    이노우에 맞아요. 뭐, 2코마로 깔끔하게 움직이는 걸 풀 아니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2코마로 움직이고 있는 걸 풀 아니메라 한다면, 그딴 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거든.


    오구로 그렇죠. 그런 의미로 풀 아니메를 써버린다면, 타임 시트에 점만 찍으면 얼마든지 풀 아니메를 만들 수 있을테니까요(웃음).

    정말로 1코마로 정확히 물체가 움직이는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CG가 해답을 보여줬죠. 입체로서의 공간을 계산하고, 움직여서 보여줬다. 그래도, 그건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손작화 풀 아니메의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노우에 그렇지. 그러니까 아니메 본래의 매력이라는 건 다른 곳에 비밀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인랑』에서도, 이것이 그림이라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싶다고 모든 스탭이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것이 살아있는 인간처럼 움직이는 것에서 알 수 없는 매력이 생기고 있는 거라고 나는 믿고 싶어. 거기에는 「내가 왜 여기까지 아니메를 추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부분이지. 나는, 어째서 이렇게까지 고생해서 아니메를 하는 건가. 그 이유는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그 부분에 무언가 비밀이 있을 테지, 하는 생각을 해.


    오구로 그렇겠네요. CG가 나온 시점에서, 새삼스럽지만 손작화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보이게 되었다는 거죠.


    이노우에 그렇지. 그러니까 『인랑』이 아니메 본래의,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원점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상업 아니메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방식을 일단 버린다고 할까, 원점으로 되돌아가려 하는 것도 당연한 거지.


    ●「animator interview 이노우에 토시유키 (5)에 계속」


    (01.02.05)


    원문




    1. 오오츠카 신지(大塚伸治); 역대 지브리 작품, 극장『천사의 알』, 극장『인랑』등에 참가한 애니메이터. 극장『총천연색만화영화 헤이세이 너구리합전 폼포코』에서는 작화감독, 이미지 빌딩,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 [본문으로]
    2. 「골동품상(骨董屋)」; 『유메마쿠라바쿠 트와이라이트 극장』이라는 연작의 1작. OVA『렌터맨』이라는 옴니버스 비디오 중의 1편으로서 1991년 발매. 각본, 콘티, 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 감독을 오오히라 신야가 담당하였다. [본문으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