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애니메이션의 작화를 얘기하자 - 이노우에 토시유키 (2)
    WEB아니메스타일 2014. 2. 6. 19:25

    animator interview

    이노우에 토시유키 (2)


    이노우에 아, 이제 시효려나(쓴웃음). 형식상인 캐릭터 디자인은 사장(코자이 타카오)의 이름으로 되어있지만, 사실은 나와 카지시마가 한 거지.

    당시에 사장은 꽤 바빠서. 그래서 사장에게 『간모』의 원작책을 건네 받고 「여기에서 캐릭터 표로 만들 수 있을만한 표정을 주워서 스케치 해놔.」하고 부탁을 받은 거지. 그래서 3일 정도로 「한페이타는 내가 할테니까, 츠쿠네는 카지시마」 같은 느낌으로 나눠서, 메인 캐릭터의 표정과 포즈의 스케치집을 만들었지. 이쪽은 당연히 사장이 선 정리를 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있더니 사장에게 넘겨준 스케치집이 그대로 캐릭터표가 되어서 돌아온 거야.


    오구로 러프 그대로?


    이노우에 응, 러프 그대로. 엉망진창이지. 뭐 돈은 받았으니까 됐지만.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닌가(웃음). 「토에이 사람한테 보여줬더니 평판이 좋아서」라고 사장은 말했지만, 혹시 확신범이 아니었을까.


    오구로 그래서, 『간모』에서의 활약이 시작되는 거군요.


    이노우에 응... 활약이라 해야하나? 사실 처음부터 열심히 작업에 임했던 건 아니야. 그 전에 몇 번 정도 원화를 하고, 의외로 생각하는대로 잘 안 된다는 느낌이 강했어. 금방 토모나가씨처럼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으니까(웃음).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끼긴 했는데, 그 부족한 것을 알 수가 없어서 「단순히 내가 재능이 없는 거야」라는 생각도 했어. 굉장히 흐리멍텅했고, 바깥이랑 교류도 거의 없었고, 특정한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든지 「이걸 누군가 보는구나」하는 의식도 없이─참 몹쓸 생각이지. 실제로는 시청자가 보고 있으니까(웃음)─보람 같은 게 별로 없었어. 키타쿠보 히로유키(北久保弘之)씨와 만나기 전까지는.[각주:1]


    오구로 키타쿠보씨와 알게 된 것은 언제 쯤인가요?


    이노우에 그가 당시 네오미디어에 있었을 때던가 아니면 스튜디오MIN을 다른 사람들과 시작했을 때인 걸로 기억하는데. 네오미디어에 나와 전문학교 시절 동기였던 이토 코우지(伊藤浩二)씨가 있었는데, 그를 통해서 알게 됐어.[각주:2] 「너를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가 있어. 『간모』의 1화를 보고 감격했다고 하던데.」라는 말을 듣고 굉장히 의외였어. 「뭐? 내가 그린 걸 보는 사람이 있다고?」라는 신선한 충격이 있었지. 그게 기뻐서 「그럼 다음엔 좀 더 놀래켜주지」라든지, 「이런 걸 그리면 키타쿠보씨가 놀래줄까」같은 걸 의식하면서 그리게 된 거야.

    『간모』1화 때는 「이상하지만 않으면 되지」 정도로 허무한 기분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키타쿠보씨와 만나지 않았다면 상당히 기가 죽은 채로 지냈을지도 몰라.


    오구로 기가 살아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이노우에 언제부터일까. 「운동회」편에선 굉장히 힘내서 그렸던 기억이 나.[각주:3]


    오구로 엄청 열심이셨죠. 너무 많이 그리셨어요.


    이노우에 그리고, 열심히 그리게 된 계기는 또 하나 있는데, 시다 마사히로(志田正博)군 같은 사람들의 원화를 본 거였지.[각주:4] 우연히 토에이에서 스튜디오 자이언츠의 원화를 볼 기회가 있었거든. 그건 딱히 이렇다 할 컷은 아니었어. 아마 신발을 현관에 놓을 뿐인 컷이었거든. 1화 시절의 나였다면 그냥 흘려버릴 컷이라는 거지. 신발이 화면에 들어오는 그림과 놓여진 그림의 원화 2장으로 땡쳐버릴 듯한. 그런데, 이게 원화가 몇 장이나 들어가있어서 신발도 정성스럽게 그려져있고 퍼스도 정확했어. 「이런 컷도 이렇게 정성스럽게 그릴 수 있구나」라는 충격을 받았지. 어느 컷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다는 의식으로 넘쳐있었어. 그래서 연구를 하면 어떤 사소한 컷이라도 꽤 재밌어진다는 걸 알게 됐지.

    그 때부터였나, 키타쿠보씨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의 집착심의 덩어리와도 같은 원화를 보게 되고 큰 충격을 받아서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고 허무에 젖어있던 것이 「아, 노력이 부족한 것뿐이었구나」라는 걸 마침내 깨달은 거지(웃음). 그렇게 척척 그려내는 젊은 애들이랑 알게 된 후, 그 애들이 내 작업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자각한 이후에는 상당히 열심히 일하게 됐어. 나에게 부족한 게 뭔지 알게 된 거야. 물론, 여러가지 다 부족했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했던 집념 같은 게 빠져있었어. 그걸 알게 된 거지.


    오구로 『간모』에서는 매수 제약이 많은 걸 여러가지로 연구해서 커버하셨죠. 느린 움직임을 2장의 오버랩으로 표현한다든지.


    이노우에 솔선해서 도전했지. 다른 건, 얼굴 셀에 닫은 입을 그려놓고, 그걸 숨기는 듯이 열린 입을 그리면, 셀 1장을 생략할 수 있다든지.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부분에 얼마나 매수를 투자할 수 있을까 연구했지.


    오구로 그랬었죠. 작화의 매수 제한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느낌이었죠(웃음). 움직인다고 하면, 배동(배경동화)이 많았죠.


    이노우에 유행했었지. 배동을 얼마나 다이나믹하게, 긴장감 있게 그릴 수 있느냐가 당시의 혈기 왕성한 젊은 애니메이터에게는 필요불가결한 존재였어(웃음). 1화도 배동이 있지.[각주:5] 계단을 내려가면서 커브를 도는데, 그건 당시에는 참신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프레임 안에(카메라아이로 설정 되어있는 캐릭터의) 손을 넣는 것도 해봤지. 주관 시점이니까 눈 앞에 손이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거지. 1화에서는 커브를 돌 때 엄청난 속도로 계단을 내려오니까, 벽에 손을 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손을 그려넣은 거야. 15화에서 빨랫줄에 걸린 옷들을 헤집고 나아가는 배동 장면 때도 프레임 안에 손을 넣었지. 그건 누군가의 영향은 아니고, 내가 발명한 거야.


    오구로 『간모』 다음 작품은 뭐죠?


    이노우에 영화판 『간모』가 있고... 그 시점에서 우츠노미야 사토루(うつのみやさとる)와 만나게 되지.[각주:6]


    오구로 아, 그 때군요.


    이노우에 응. 사실 우츠노미야의 원화 실력은, 전부터 알고 있었어. 『아니메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합작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그 총작감을 우리(쥬니오)의 사장이 담당했거든. 그래서 각화의 원화가 전부 사장쪽으로 오는 거야. 그 때 「좋은 원화가 있으니까 봐봐」하고 보여줘서 본 걸로 기억하는데. 캐릭터가 무서울 정도로 캐릭터표와 다른데, 잘 그렸단 말이지. 국내에서 방영되지 않았으니까 이름을 확인할 도리가 없었는데, 타임 시트에 「우」라는 사인이 들어있어서 스튜디오에서는 「우」씨로 통했어(웃음). 참고로 「모」씨라는 사람도 굉장해서, 그건 지금 연출가를 하고 있는 모리카와 시게루(森川滋)씨.

    그런데, 내가 영화 『간모』를 하러 토에이에 가고, 그 일이 끝난 뒤 스튜디오로 돌아왔더니, 거기에 「우」씨가 있었던 거야(웃음). 그게 우츠노미야였어.

    얘기를 들어보니, 내 『간모』를 보고 「쥬니오에 엄청난 녀석이 있다」고 하길래 쥬니오에 관심을 갖고 왔다는 까닭이라, 또 한 번 감격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같이 『타임 갤』에 참가하게 됐어. 거기서 우츠노미야의 실력과 감각을 접하고 뜨거운 라이벌 심 같은 게 생겨나게 됐지.


    오구로 오오.


    이노우에 거의 동세대인데다, 게다가 가까이에서 직접 그런 원화를 접하게 된 게 컸어. 업계에 재능 있는 사람은 물론 많이 있지만, 직접 그 작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 전까지는 거의 없었으니까, 엄청난 자극이 됐지.


    ●「animator interview 이노우에 토시유키 (3)」에 계속


    (01.02.05)


    원문




    1. 키타쿠보 히로유키(北久保弘之); 극장『노인Z』나, 극장『BLOOD THE LAST VAMPIRE』의 감독으로서 알려진 연출가. 당시에는 『시끌별 녀석들』등의 작품에서 젊은 애니메이터로서 대활약 중이었다. [본문으로]
    2. 이토 코우지(伊藤浩二); 주로 메카 작화감독으로 활약. 근년의 작품으로 『마크로스7』,『은장기공 오디안』,『마장기신 사이바스타』등. [본문으로]
    3. 「운동회」편; 『GU-GU간모』제 26화 B파트 「린다VS브리코!! 드디어 찾아왔다 운동회」. 액션이 많은 에피소드. [본문으로]
    4. 시다 마사히로(志田正博); 당시, 스튜디오 자이언츠 소속의 애니메이터. 현재는 다른 이름으로 활약중. 당시의 스튜디오 자이언츠는 오토나시 류노스케, 마사유키, 스즈키 슌지 등의 후재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본문으로]
    5. 1화의 배동; 『GU-GU간모』제 1화 A파트 「뭐야? 무슨 일이야!? 이상한 간모 등장」. 첫 부분의 한페이타와 츠쿠네가 화장실을 놓고 싸우는 장면. [본문으로]
    6. 우츠노미야 사토루(うつのみやさとる); OVA『선조님 만만세!』의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으로 알려진 애니메이터. 자세한 것은 「animator interview」제 3회에서. [본문으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