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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완버디 DECODE, 부활하라 작화 애니여!작화 다이어리 2014. 9. 30. 23:21
「철완버디 DECODE(鉄腕fバーディー DECODE)」는, 유우키 마사미(ゆうきまさみ)씨의 동명 만화 「철완버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며, A-1 Pictures에서 애니화했다. 감독은 「노에인 또 하나의 너에게(ノエイン もうひとりの君へ)」로 수많은 작화 오타쿠들을 열광시킨 아카네 카즈키(赤根和樹)씨로, 이번 작품으로 2년의 공백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노에인에 이은 파격적인 작화 애니로 업계에 부활했다. 캐릭터 디자인은 플래시 작화로 유명한 료치모(りょーちも)씨. 시리즈 구성은 오오기노 히로시(大野木寛), 미나카미 세이시(水上清資) 1씨. 메카닉 디자인은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씨와 테라오 히로유키(寺尾洋之) 2씨가 담당했다.
▲방송직전 특별 방송. 아카네 감독의 인터뷰와 료치모씨의 작업환경을 짧게 비추고 있다.
발단은 유우키 마사미씨가 철완버디의 만화를 리뉴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리뉴얼 되기 전의 작품도 상당한 인기를 누려 OVA로 미디어화 된 바 있는데, 리뉴얼한 원작이 다시 인기를 끌게 되고 애니화 기획이 들어오게 된다. 유우키 마사미씨는 이미 이전부터 애니메이션 업계에 상당수 관여한 인물로, 작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그는 「노에인」에서의 료치모의 작업을 보고 감명을 받아 그에게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을 권유하기에 이른다. 이어진 유우키씨의 "원작 같은 거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버려"라는 발언이 박차를 가해, 그렇게 해서 철완버디 DECODE는 신인 애니메이터들의 한계에 도전하는 실험적 작품으로 완성된다. 3
▲료치모씨의 일러스트 작업 풍경.
료치모씨는 이번 작품에서 플래시로 작화 작업을 할 수 있기를 원했고, 이로 인해 A-1 사내에서 플래시 작업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에 탄력받아 WEB계 애니메이터라고 할 수 있는 야마시타 신고(山下清悟), 쿠츠나 켄이치(沓名健一)등의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니호 토모유키(仁保知行)씨가 본격적으로 업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 모두의 스승이자 작화오타쿠들의 영원한 스타라 할 수 있는 마츠모토 노리오(松本憲生)씨가 다수 참가, 올드 작화팬도 납득할만한 완성도를 유지해주고 있다.
▲개막 오오바리 펀치. 이 작품이 앞으로 작화 오타쿠들을 어떤 식으로 즐겁게 해줄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바이다.
원작 버디에도, OVA 버디에도 없었던 TV판만의 특징. 버디가 걷고 달릴 때마다 특유의 효과음을 내며 붉은색과 푸른색의 이펙트가 발생한다. 이 작은 차이가 가져오는 효과는 실로 대단한 것인데, 우선 "땅에 발이 닿는다"는 것을 시자에게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 작업 환경상 공간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gif 애니메이션에서는 "착지"하는 표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흙이라던지, 연기를 그려넣는 케이스가 있는데, 그것과 같은 효과를 이 이펙트가 하게 되는 것이다. 또, 자칫 수수해질 수 있는 동작을 이펙트만으로 화면에 화려함을 더할 수 있다는 것과, 그에 따른 애니메이터들의 공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1화, 야마시타 신고씨의 담당 파트. 앞서 소개한 빛의 이펙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주목해보자. WEB계 애니메이터들의 특징은 "디지털(플래시) 작화"이다. 디지털 작화가 아날로그 작화에 비해 가지는 장점은 "확인 후 수정"이 용이하다는 것인데, 야마시타씨가 그리는 이펙트는 궤도를 예측할 수 없는 불규칙한 움직임을 한다. 이것은 머릿속에서 생각한 것을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닌, 반복해서 그리고 수정하면서 얻어낸 "우연의 결과물"이다. 이런 우연의 결과물을 아날로그 작화에서 의도적으로 하기 위해선 스캔 후 체크의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대단히 번거롭지만 디지털 작화는 프리뷰 기능으로 간단히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고가 덜하다.
특히 자연 현상을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하는 과정은 상당한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는데, 이것이 아날로그에서는 몇 번의 실전 경험을 거쳐 완성되는 스타일인데 반해 디지털 작화로는 무한히 반복 후 피드백 하는 것으로 기존의 이미지와 가장 가까운 형태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 특성 때문에 WEB계 애니메이터들이 그리는 이펙트는 많이 닮아있고, 료치모씨와 야마시타씨의 이펙트가 다른 컷들의 이펙트와는 확연히 다른 형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그에 기인한다.
▲야마시타 신고와 에바타 료마(江畑諒真)씨의 원화 촬영 영상. 에바타씨의 컷은 c108, c193~, 야마시타씨의 컷은 c178~c192
애니메이션 제작의 프로세스는 콘티→원화→동화→마무리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영상은 원화 단계에 완성된 컷을 촬영한 것으로, 실제로 원화가 애니메이션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료치모 작화 MAD. 노에인의 전투신은 작화 오타쿠라면 필견.
▲야마시타 신고 작화 MAD. 작화는 물론 특유의 색채 연출에도 주목해보자.
3화, 코우타 후미아키(光田史亮)씨의 원화로 추정되는 파트. "아니메얼의 카나다계"라고 불리우는 인물. 움직임의 동선을 가로지르는 크로스 선은 카나다계의 공통된 특징이다.
키시다 타카히로(岸田隆宏)씨의 파트. 키시다씨는 근년 대히트한 작품인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의 캐릭터 디자이너이다. 아카네 감독의 전작인 노에인에서도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고, 컬트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SF 애니메이션「serial experiments lain」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으로도 유명해 두터운 팬층을 갖고있는 베테랑 애니메이터.
▲키시다씨의 작화의 매력을 그의 선을 통해 느껴보자.
5화, 하라다 히로키(原田大基)씨의 원화로 추정. 샤프한 명암과 규칙적인 타이밍 완급이 매력적.
이마자키 이츠키(いまざきいつき)씨의 액션. 이마자키씨는 야마시타 마사히토(山下将仁)의 영향을 받은 애니메이터로, 현재는 세븐(セブン)이라는 작은 애니메이션 회사에 소속중.「아이마이미」「스패로우즈 호텔」등의 작품에서 감독을 맡으며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3쿨째에 진입한 아이마이미는 쇼트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을 살려, 그의 야마시타계 움직임과 레이아웃을 여분히 발휘한 작화가 볼거리.
7화, 메카닉 애니메이터로 유명한 스즈키 타쿠야(鈴木卓也)씨의 담당 파트. 샤프한 포즈와 움직임, 90년대풍 포름의 연기에 베테랑의 관록을 느낄 수 있다.
9화, 야마시타 신고씨가 논크레딧으로 액션을 담당. 야마시타씨는 버디의 이 작화로 브레이크. 이후 WEB계 애니메이터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게 된다.
▲플래시로 작업한 그의 러프를 보면 야마시타씨의 작업에 더욱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야마시타씨는 자신을 비롯한 WEB계의 작화를 "타임라인 작화"라고 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달리는 실사 영상을 두고, 이것을 프레임 단위로 나누어 3콤마 단위로 보이는 화면을 원화로 그리는 방법이 있을텐데, 이것은 다른 애니메이터들이 움직임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확실한 포즈를 보여주기 위한 공부로 타이밍을 기억하는 것(야마시타씨는 이것은 "연산계 작화"라고 칭했다)과는 정반대인, 실제 사람이 움직일 때의 "시간"의 감각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작화 방법이다. 버디의 작화를 보면서 생각해보면, 때리거나 날아가는 부분을 강조시키기 위한 포즈나 타이밍은 존재하지 않고, 콤마 단위로 나누어져 보여지는 "그 때 그 순간에 포착되었을 포즈"를 생각해 그려지고 있다.
히라카와 테츠오(平川哲生)씨와의 대담에서 야마시타씨의 발언을 인용한다.
야마시타 「하이바네 연맹」제8화를 봅시다. 이 아이들의 움직임은 3콤마 전원화에요. 맨 앞의 프레임 아웃하는 남자 아이의 발이, 어떤 스텝을 밟고 있는지 모르겠죠. 발의 궤도가 보이질 않아요.
히라카와 평범한 원화처럼, 발이 착지해서, 뒤꿈치가 올라가고, 떨어진다, 라는 순번을 따르지 않고 있어. 분석적으로 그리고 있지는 않네.
야마시타 실사 영상의 시간축을 콤마 단위로 보았을 때, 그 때에 잡혀있을 포즈를 3콤마씩 원화로 만드는 방식이죠.
히라카와 이걸 보고 타임라인계라고 하는 거군. 예를 들면 디즈니 작화는 부드러운 그림의 이어짐은 있어도,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는 거겠군.
야마시타 그 외에도 카나다계라든지, 이마이시 히로유키(今石洋之)씨의 작화는, 멋있는 포즈나 포름으로 멈추기 위한 콤마 조절일 뿐 시간 감각은 아니에요.
히라카와 대충 분류해보면, 이마이시 히로유키씨의 3콤마 전원화는 멋있는 포즈나 포름으로 멈추기 위한 작화. 이소 미츠오(磯光雄)씨의 3콤마 전원화는 스케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원화의 밀도를 높여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작화. 마츠모토 노리오씨의 3콤마 전원화는 실사 영상의 프레임 드랍을 재현하기 위한 작화.
야마시타 마츠모토 노리오씨도 캐릭터를 보이거나, 멋있는 포즈로 멈추는 작화를 할 때도 있어서, 어디까지나 그런 경향이 있다, 정도의 얘기지만요.
12화는 마츠모토 노리오와 니호 토모유키의 2인 작감회이자 4인 원화회. 두 사람은 이번 에피소드부터 본격적으로 버디에 참가해, 2기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게 된다.
니호 토모유키씨는 서테라이트 입사 당시엔 제작진행이었는데, 노에인 3화에서 원화로 데뷔하게 된다. 그 후 2년만에 버디에서 작화감독을 맡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 니호씨는 이후 2기에서 액션 파트를 크게 담당하여 화제가 되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13화의 야마시타 신고 파트. 매수를 잔뜩 사용한 물 이펙트에서 그의 저력이 느껴진다.
최종화답게 수일한 작화를 보여주는 13화. 그 중에서도 위의 액션은 눈에 띄게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확히 누구의 담당 파트인지는 불명. 2원화로 참가한 마츠모토 노리오씨가 약간의 수정을 첨가했을 가능성도?
▲나머지 전부(残り全部)가 야마시타 신고씨. 즉, 원화/동화/마무리/촬영을 모두 야마시타씨가 했다는 뜻.
이것으로,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던 철완 버디 DECODE 1기가 마무리되었다. 원작의 내용을 어설프게 따라가기 보단, 오리지널 스토리로 1쿨 안에 깨끗하게 이야기를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은 오오기노씨의 적확한 판단 덕택.
그리고 1년 후, 철완 버디 DECODE의 2기 제작이 결정되면서 작화 오타쿠들은 또다시 잠 못이루는 밤을 설치게 된다.
철완 버디 DECODE:02 라는 제목으로 2기가 방영되었다.
1기와 같은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스토리로 진행되며, 전작의 이야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버디 애니메이션의 완성판격 작품이다.
오리지널 스토리와는 별개로 원작 만화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버디의 과거"를 영상화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2기 1화의 야마시타 파트. 마지막의 폭발 역시 촬영 처리한 "작화"이다.
▲원화 촬영 영상에서 촬영 처리 전의 폭발 이펙트를 감상할 수 있다.
1화다운 수일한 작화. 코미컬한 연기(芝居)와 다양한 표정이 볼거리. 작화감독인 하야시 이사오(林勇雄)씨와 레이아웃 작화 감독으로 참가한 이시카와 준(石川準), 코우노 마키(河野真貴) 등의 작업으로 판단.
연기 작화는 gif이나 webm 동영상으로 올리기 어려운 사실을 매우 유감스럽게 느끼고 있다. 연기는 작화만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 장면 연출과 성우의 연기등이 합쳐진 복합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에 이러한 컨텐츠를 한 번에 보여주기 적합한 포맷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디, 작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직접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 매력을 스스로 느껴줬으면 하는 바이다.
2화, 쿠츠나 켄이치의 파트. 쿠츠나는 말하자면 "WEB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gif 애니메이션을 공개한 것을 계기로 여러 유명 업계인의 눈에 띄여 프로 애니메이터로 데뷔한다. 쿠츠나의 BBS엔 오구로 유이치로(小黒祐一郎), 우츠노미야 사토루(うつのみや理), 히라마츠 타다시(平松禎史)를 비롯한 유명 업계인들이 드나들게 되었고, 이것이 "인터넷 작화 붐"의 시초로 여겨진다. 작화를 말하는 스레(作画を語るスレ)의 조상격이라 할 수 있는 셈.
5화, 타나카 히로노리(田中宏紀)씨의 파트. 무려 40컷 이상의 액션을 담당했다. 타나카씨의 세일즈 포인트인 빠른 작업속도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로, 그 외에도 이펙트, 머리카락의 포름, 얼굴의 실루엣 등이 작감 수정을 거치지 않아 특징이 잘 드러나있어, 그의 작화를 파악하는 데에 좋은 자료로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타나카씨의 원화를 감상해보자.
대망의 2기 7화. 일반 애니메이션 팬, 작화 오타쿠 양방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니호 토모유키씨의 원화 파트.
여기에는 수많은 추측이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므로 70년대의 회고적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많은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리미티드 스타일」「스케줄의 문제로 인한 노작감」등. 하지만 내 생각에 저 셋 중에 정답은 한 가지도 없다. 내가 제시할 수 있는 한 가지 진실은 「니호 토모유키씨가 자유롭게 작화할 수 있도록 료치모씨가 수정을 하지 않은 것」, 오로지 그것이다. DVD에서는 니호씨의 파트가 전수정 되어있다.
▲참고자료로서 니호 토모유키씨의 작화MAD를 첨부한다.
이어지는 노리오씨의 3콤마 전원화. 동화가 한 장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즉, 이 파트의 그림은 전부 노리오씨의 원화. 앞서 소개한 타임라인 작화에 근거한 기법에 더해, 노리오씨의 특기인 배경동화가 합쳐져, 그야말로 "시공간을 모두 컨트롤한" 이상적인 액션 작화를 보여주고 있다.
쿠츠나 켄이치의 파트.
이어지는 야마시타 신고 파트. 이 부분에 대한 해설이 야마시타씨의 코미케 출품작 「새로운 작화(新しい作画)」에 실려있다.
「관절을 배제하고, 더욱 한 선으로 그리는 쪽으로 의식이 변화해가는 것은, 묘사시의 감정을 가능한 한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이다.」
「무언가에 대한 증오로 파괴 충동을 억제할 수 없게 된 여자아이, 라는 것에 참을 수 없는 페티시를 느낀다. (중략) ~그래서, 절대로 예쁜 아니메 캐릭의 얼굴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순전히 내 고집이고, 그것을 허용해준 아카네 감독에게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다.」
▲1분 30초부터 마츠모토 노리오씨의 원화. 3분 45초부터 야마시타 신고씨의 원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 일련의 작화 러쉬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반 애니메이션 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작화붕괴"를 외쳤으며 애니메이터에 대한 비방을 서슴지 않았다. 작화 오타쿠들도 이 작화에 대해 무조건 좋은 반응만은 아니었는데, 니호씨의 파트는 작화팬들 역시 "실패한 작화"로 취급하는 사람이 있었다. 실제로 7화의 니호 파트는 상당히 실험적인 방향성을 띄고 있었고, 이것이 반드시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DVD에서 수정되었다. 하지만, DVD에서 수정되었다는 것을 단순히 "7화의 작화가 부정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곤란한다.
--7화가 리테이크 된다는 정보가 나와, 또 한 번 "소란"이 일 것 같은데요(쓴웃음), 그건 TV아니메로서의 7화의 존재가 부정되는 것이 아닌, 즉 매체의 차이에 의한 역할분담이라는 것이군요.
아카네 그렇습니다. TV는 본래, 시청자에게도 라이브 감각으로 즐겨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서, 저는 애니메이터의 "폭주"도 어느 정도 OK라고 생각합니다. 한 편으로는 TV아니메 제작에 따라붙는 "시간이 없다"는 문제는 디메리트이긴 하지만, 그곳의 크리에이터의 창의공부와 순발력은 굉장해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재미가 TV아니메에는 틀림없이 있는 겁니다. 그것은 정말로 미디어의 차이일 뿐인데요. 요즘 온에어와 DVD를 싸잡아서 보는 시선이 많은데, 저는 명확하게 나누고 싶다는 것이죠. DVD나 극장 영화는 어느 정도 내용을 파악한 다음 자신의 취미에 맞는 것과 접촉하는 미디어입니다. 하지만 TV는 지금까지 접촉한 적 없는 것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발견의 장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죠. 보는 사람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재미의 발견의 장소, 만드는 사람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방법론의 발견의 장소, 그것이 라이브 감각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온에어로 나간 7화나 단종화를 두고, 한 번 더 같은 걸 만들라고 해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현장의 분위기와 기세로 만들어진 것일 뿐, 계산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드는 사람의 "열"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폭을, 보는 사람도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네요. 그 쪽이 아니메를 더욱 즐길 수 있으니까요(웃음).
료치모를 비롯한 야마시타 신고, 쿠츠나 켄이치 등의 "WEB계 애니메이터"들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실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새로운 작화" 그 자체이다. 「새로운 작화」에서 야마시타씨는 「니호 토모유키씨가 자신들과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얘기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니호씨의 작화는 "모든 공간을 원화로 표현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적이었다. 마츠모토 노리오씨의 배경동화를 다용하는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결과이며, 실제로 7화의 니호 파트는 모든 원화안에 공간이 존재하고 캐릭터들도 그 공간 안에 입체적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그것들이 공간을 포함할 지는 몰라도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움직임"이 성립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작화오타쿠들이 이것을 "실패한 작화"라 칭하는 것은 분명 그런 부분이 작용한 것이며, 앞으로의 니호 토모유키가 애니메이터로서 성장할 발판을 내어준 셈이니, 그런 관점에서 보아 아카네 감독의 판단은 타당했다.
그리고 완성된 12화. 이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의 작화 향연을 펼치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많은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던 이 필름을 끝으로, 철완 버디 DECODE:02는 막을 내리게 된다.
다음에 아카네 감독의 인터뷰를 인용한다.
「이 도전은, 두 가지 방향을 띄고 있었다. 작화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참신한 표현을 만들어내자는 애니메이터들의 도전. 그리고, 여태껏 본 적 없는 자극을 어디까지 받아낼 수 있을까하는 관객의 도전. 애니메이터들의 도전은, 자유분방한 작화로 물의를 일으킨 제7화를 겪은 후, 제12화라는 아름다운 필름의 결실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좋음/나쁨"의 이원론에서 사고를 정지할 것이 아닌, "버디"가 뿜어낸 에너지를 정면으로 받아보자. 좀 더 "아니메"를 즐기기 위해서.」
TV아니메에서 "작화의 자유"가 사라져버린 것은 언제부터일까? 거슬러올라가 보면, 교토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한 "고퀄리티 애니메이션 경쟁"이 그들의 능력을 벗어난 수준까지 뻗어나가버린 것이 원인일 것이다. TV아니메의 범주를 뛰어넘은 스케줄로 작품을 완성시켜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다. 소비자들의 눈은 높아지고, 곧 그런 애니메이션이 주류가 되어 지금까지의 제작 체계는 뒤바뀌고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애니메이터의 절대수는 결코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신인의 8할은 입사하자마자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남아있는 신인도 실력 향상을 노릴 기회는 많지 않다. 제작비는 90년대보다 훨씬 부족하고, 애니메이션의 작품수도 많아져 한 스튜디오에서 한꺼번에 일을 도맡아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캐릭터의 그림을 통일하고, 각본을 충실하고, 호화 성우진을 기용하며 움직임까지 충실해야하는, 그런 애니메이션 치킨 레이스가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엔딩 애니메이션, 전부 야마시타 신고
작화 애니는 그런 문제에서 벗어나 오로지 애니메이터들의 기술적인 향상만을 목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지금의 TV아니메 경쟁에서는 비록 밀려날지 모를지라도, 이런 작품의 은혜를 받은 애니메이터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카네 감독이 수많은 비판 속에서도 작화 애니를 고집하는 것은 분명 이러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애니메이션이 영상 문화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작화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작화"와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력있는 애니메이터가 중요한 장면을 담당하는 것은, 그런 연출의 재현을 위한 영상의 설득력을 얻기 위함이다. 그러니 "작화의 연구" 없이 "연출의 향상"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연출의 향상은 곧 "작품의 질"과 합치한다.
철완 버디 DECODE를 보면서, 애니메이션이 본래 있어야할 형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작화에 대한 야마시타 신고씨의 해설을 여기에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새로운 작화」란
저, 야마시타 신고와 쿠츠나 켄이치는 사람들에게 "WEB계"라 불리우고 있습니다. 당초엔 웹상에서 사이트를 갖고 있고, 그곳에서 스카우트 되어 업계에 들어간 인간이라는 의미였습니다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그런 둘레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로 그것이 설명하는 의미가 변질돼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에 의한 작화를 하니까」,「트위터를 하고 있으니까」,「작화붕괴를 일으키니까」,「그림이 심플하고 움직임에 집착하니까」등.
그런 정의로 범람해버린 것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망신(妄信)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와 쿠츠나 켄이치, 또는 료치모라는 WEB계라 불리우는 애니메이터들에게, 주로 사상적인 면에서 공통점이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구조주의적, 효율적, 이계적, 현실적, 반사회적, 쇄신적.
그것은 단순히 저희 3명이 우연히 가지고 있던 경향은 아니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갈구된 성격이라 볼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그에 동조하는 듯이 영향을 받아온 세대가 하는 작화는, 경험과 관계 없이 "WEB계가 만드는 화면"으로 상통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 카테고리가 범람하게 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같은 사상을 가진 수많은 젊은이들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구세대가 만들어낸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파괴하고, 좀 더 적은 공력으로, 그러면서도 좀 더 세련된 새로운 작화로서 자신의 사상에 결실을 남기는 것.
그것은, 구세대의 애니메이터가 언제나 반복해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새로운 작화"를 계속해서 추구해야만 한다, 라는 의미를 담아 이 책의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저희들의, 정말 사소한 일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같은 의지를 가진 작화 지망생들로 하여금 그 사상을 실현시키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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